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와 함께 일을 하면서 그 세대가 전화로 통화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접 통화하는 것을 피하려고 가급적 이메일을 사용하고, 반드시 전화 통화를 해야 할 경우 사무실 구석에 있는 회의실에 들어가서 통화를 하는 걸 자주 봤다. 물론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전화를 걸기 전에 통화 약속을 잡는 등의 에티켓이 생긴 것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조금 특별하다. 이메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면 이메일로 처리하고, 상의, 결정해야 할 문제가 모호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필요할 경우에만 이메일로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밀레니얼이 전화 통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가깝지 않은 (가령 업무로 대화해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는 동기식(synchronous)보다 비동기식(asynchronous)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나 대면 인터뷰처럼 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것을 ‘동기식 소통’이라고 하고, 이메일 대화처럼 실시간이 아닐 경우 ‘비동기식 소통’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상대방이 받자마자 읽고 곧바로 답을 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받는 사람은 자신이 편한 시간에 일을 처리하고 답을 주면 된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있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상대가 묻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몇 시간 동안 딴짓을 하고 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일수록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닌 사람들과 동기적 소통을 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이메일이나 메시지처럼 대답할 시간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비동기식 소통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들이 자라난 디지털 환경에 있다. 나이 든 세대는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을 망친다는 걱정만 했을 뿐, 이메일과 텍스트가 사람들의 성격을 바꿀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 –'밀레니얼과 비동기식 소통방식'

그런데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뒤에 등장한 Z세대(1997~2012년생)가 가장 싫어하는 소통 수단은 이메일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즈가 자세히 소개한 이 트렌드는 꽤 흥미롭다. 3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이메일이 업무와 관련해서 가장 선호하는 소통 수단에 포함되지만, 30세 이하에서는 1위가 구글 문서(Google Docs)이고, 그다음은 줌(Zoom)과 애플의 아이메시지(iMessage)였다고 한다.

기자가 인터뷰를 한 24세의 사업가는 텍스트나 인스타그램 메시지, 줌을 사용하고 이메일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메일로 오는 것들은 돈을 내야 하는 청구서나 처리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이메일은 스트레스 요인들(stressors)을 한 곳에 모아둔 곳으로 인식한단다.

게다가 팬데믹 때문에 많은 소통이 이메일로 전환되는 바람에 인박스를 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커졌고, 이메일이 도착할 때마다 칼에 찔리는 기분이라는 것. 이메일을 받으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데, 바로 처리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들고, 그 "처리"라는 것이 또 다른 동료들에게 이메일 보내는 거로 이어지면 부담감은 더더욱 늘어난다. 게다가 이메일에서는 실수하면 안된다는 압박까지 더해져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 불안(social anxiety)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평균 수백 개의 읽지 않은 메일을 인박스에 갖고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런데 왜 Z세대가 유독 심할까? 이메일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구글의 G메일이 등장한 2004년은 이 세대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시점이고, 이들은 이메일이 온라인 소통을 점령한 세상에서 자란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메일 주소를 부여받아 선생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메일을 캐주얼한 소통수단으로 처음 접했던) 윗세대와 달리 이들에게 이메일은 공식적인 소통, 어른스러운 소통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그 결과 이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Z세대는 일과 관련해서 자신의 폰 번호를 주고 받는 일이 흔하고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업무와 관련해서 개인 전화번호를 주는 일이 드물다), 그 번호로 텍스트나 메신저를 사용해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뉴욕타임즈의 기사에서는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을 더 언급한다. 바로 Z세대의 정신 건강 문제다. 지난 월요일에 소개한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를 보면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선수는 1997년생으로 Z세대의 맏언니에 해당한다.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조사에서 Z세대의 46%가 항상, 혹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35%가 스트레스와 불안 때문에 회사에 나가지 못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여성이 심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X세대 이상에서 돌아오는 말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럼 돈을 버는 일이 쉬운 줄 알았느냐"인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윗세대들도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일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들이 더 험한 세상을 살았다고 해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윗세대가 만들어 놓은) 현재 세상의 룰을 좋아하지도, 동의하지도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에 맞는 새로운 작동방식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희망일지 모른다. 뉴욕타임즈의 기사에서는 "흔히 Z세대가 폰만 들여다보며 산다고들 생각하지만" 2019년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사실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잘 이해하고 디지털 습관에 비판적인 세대라고 한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주위의 Z세대 중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