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을 빼앗겼고, 버락 오바마는 두 번의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차례로 공화당에 내줬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하원을 내주더라도 상원을 지킬 수 있으면 참패의 수모는 면할 수 있다. 그게 일반적인 기대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바로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상원을 내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최근 발표되는 여론 조사에 따르면 상원조차 안전한 상황이 아니며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 물론 하원은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폴리티코(Politico)의 상원 중간선거 결과 예상

아무리 패턴이 있다고 해도 예외는 존재한다. 가령 조지 W. 부시의 첫 번째 중간선거(2002)는 공화당의 승리였다. 하원은 지켜냈고, 상원은 뒤집어서 공화당 우세로 바꿔놓았다. 물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는 했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가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 사건이 미국인들을 대통령 뒤로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은 내부의 싸움을 잠재운다'라는 원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효하다.

지난여름 민주당과 바이든이 희망을 걸었던 것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무효화가 9/11과 비슷한 효과, 즉 미국 정치의 패턴을 깰 만큼 강력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 이슈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판단 착오라고도 한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민주당을 찍자는 여론은 빠르게 동력을 잃었다.

범죄와 경제

로 대 웨이드의 법제화에 대한 유권자의 희망이 식어가면서 패배감이 짙어지자 바이든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 바이든의 '민주주의 위기론'은 선거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바이든이 연설하기 며칠 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인 폴 펠로시가 낸시 펠로시를 납치하려고 침입한 괴한의 습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고, 이 괴한은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 승리했다고 믿는 과격 추종자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2020년 대선 승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하면 부정선거'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의 가장 근본이 되는 선거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무너뜨리려는 이런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되는 것이 맞다.

(이미지 출처: CNN)

하지만 여성의 선택권이나 민주주의 위기론은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추상적인 논의로 보이는 것 같다. 당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사람들의 실질 임금이 하락한 데다가 공화당에서는 "민주당이 집권한 지역에서 범죄가 급증했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고, 이게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공포감 조성은 공화당 후보들의 단골 메뉴다. 벤 샤피로(Ben Shapiro) 같은 보수 논객은 "민주당 우세주에서 공화당 후보가 이기는 방법은 범죄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내놓고 이야기할 정도다. (아래 영상 참조)

하지만 미국에서 정말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 퓨 리서치를 비롯한 많은 통계가 각종 범죄율이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 동안에 강력범죄가 잠시 증가했지만 이제 다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미국의 범죄율 감소를 보여주는 그래프 (이미지 출처: Pew Research)

물론 공화당에 중요한 것은 실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진보적인 언론과 보수적인 언론 모두가 알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들은 범죄와 공공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들의 메시지는 데이터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불안한 심리에 근거하고 있다." 즉, 벤 샤피로의 제안처럼 공화당 후보들이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뿌려대면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은 공화당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폭스뉴스는 이를 노골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유권자들이 불안하게 느끼거나 범죄가 증가하면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를 무시하거나, 만들어낸 숫자라고 주장하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스프레드시트를 꺼내 보여주면서 특정 지역의 범죄율이 특정 연도와 비교해 나빠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이 불안하게 느낀다면, 통계가 보여주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인들 중 "범죄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라는 통계가 나오게 된다.

붉은 물결(Red Wave)

이렇듯 경제(인플레이션)와 범죄는 동일한 팩트에 근거하고 있지 않지만 어쨌거나 이번 선거의 격전지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에서 조차 공화당 후보들이 승세를 잡고 있다.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로드아일랜드주는 매사추세츠주 남쪽에 자리 잡은 작은 주로, 21세기에 들어와서 한 번도 공화당 하원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는 '블루 스테이트'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앨런 펑(Allan Fung)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공화당 정치인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세의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공화당 후보 앨런 펑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

앨런 펑의 이야기를 소개한 뉴욕타임즈 기사는 "민주당이 블루 스테이트에서조차 붉은 물결을 각오하고 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앞서 소개한 벤 샤피로의 팟캐스트 제목도 "붉은 물결이 온다(The Red Wave Is Coming)"이다. 정말로 이번 선거는 공화당의 붉은 물결이 장악하게 될까?

여론 조사로 유명한 쿡 폴리티컬 리포트(The Cook Political Report)에 따르면 중간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이 모멘텀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여론 조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그리고 여론 조사의 신뢰도에 가장 민감한 곳은 아무래도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다. 2016년 선거에서 선거 당일까지도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 유력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뢰도에서 큰 위기를 겪은 곳이라 그렇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붉은 물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2010년이나 2014년과 같은 붉은 물결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그보다는 붉은 잔물결(red ripple)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정상적인 조사 오차율(normal polling error) 만으로도 한 정당의 압승과 완패 사이를 오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응답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조사원들에게 밝히지 않는 바람에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적게 조사되는 경향이 드러났는데, 이런 현상을 발견한 여론조사기관들은 이 경향을 반영해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가중치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가중치가 적절하게 주어졌는지, 아니면 지나치게 크게 주어져서 이번에는 민주당 지지자가 조사에 적게 드러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현재 조사된 결과로는 공화당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민주당이 52석을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다소 테크니컬한 통계 얘기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에서 읽어볼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실제로 여론조사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때 공화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가 틀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들의 주장은 맞았고, 여론조사는 틀렸다.

2024년의 예고

그렇다면 선거일인 11월 8일 밤(한국 시간 9일 오전)에는 어느 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까?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를 집중적으로 봐야 하고, 거기에 더해 애리조나, 위스콘신, 뉴햄프셔를 보면 된다. 이 여섯 개 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합(toss-up)주라서 그렇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중에서 두 곳을 가져가는 당이 상원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 세 주는 각각의 사정으로 후보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Politico)

이번 선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선거가 2024년 대선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선거가 끝난 후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런데 바이든이 상원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고, 만약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서) 상하원을 모두 지킨다면 당연히 재선에 출마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나오는 모든 여론조사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재대결할 경우 바이든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잃는다면? 바이든은 당내 여론에 밀려 재선을 포기하게 될 것이고, 그 경우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트럼프와 맞붙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 먼 미래이니 우선 화요일의 결과를 지켜보자. 2022년의 미국 정치, 세계정세는 2년 후를 내다보기에는 안개가 너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