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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주에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을 보냈다. 추수철에 가족, 친지가 모이는 명절 혹은 휴일은 많은 농경문화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유럽인들의 신대륙 정착 역사와 맞물려있다. 유럽인들은 긴 세월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지만,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이주는 1600년대 초에 이뤄진 청교도의 이주, 특히 1620년에 지금의 매사추세츠주에 해당하는 동북부에 도착한 메이플라워호이다.

한국의 송편이 추석을 상징하듯, 미국에서는 칠면조 요리가 추수감사절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상징성을 갖게 된 건 아니지만,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연방의 공휴일로 선포하면서 칠면조 요리를 저녁 식사 메뉴로 고르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를 먹는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대개 오븐에서 굽거나 큰 통에 넣고 튀기는 칠면조 요리는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일 때도 인기 있는 메뉴지만 사실 요리하기 쉬운 고기는 아니다. 닭에 비해 지방이 적어서 ‘드라이(dry)’하기 때문에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 레시피에 따라서는 껍질 바로 안쪽에 버터를 넣기도 한다. 주로 명절에 칠면조를 먹고 평소에는 대부분 닭고기를 먹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