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기말고사 같은 큰 시험이 끝나면 한 학년이 모두 영화관에서 단체관람을 하는 행사가 있었다. 인터넷 스트리밍은커녕, 비디오 대여점도 아직 흔하기 전이었으니, 국민 대부분의 영화 시청은 영화관에 가거나 TV에서 틀어주는 '주말의 명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중고등학생이 극장에 갈 수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부모가 그 정도의 용돈을 주는 집도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극장이라는 곳 자체가 당시 학교 선생님들의 눈에는 '우범지대'에 속했다.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_____에는 왜 가?"라는 꾸지람에는 극장, 일일 찻집, 롤러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장소를 넣을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당시 사회는 학생이 갈 수 없는 곳을 정한 것이 아니라, 가도 되는 곳—집, 학교, 독서실, 교회 등—외에는 다 금지된 분위기였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단체로 영화를 보여준다는 게 아닌가.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아니고, 시험이 끝났다고 영화관에 데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게 중학생의 특권이구나'하는 뿌듯함마저 들었다. 나는 나중에야 그 행사가 사실은 시험 끝나고 아이들이 나쁜 곳에 가서 "탈선"할 것을 우려해서 학생들을 잡아두기 위한 행사였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