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앞서 두 글과 같은 복스(Vox)의 글이고,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기자가 작성했다. 구체적인 전술의 실패보다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두 개 시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에 이어서 소개한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숫자로만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대등한 싸움이 아니다. 병력의 수로 보나, 장갑차, 비행기의 수 등 모든 통계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크게 압도한다. 러시아는 더 발전된 무기를 갖고 있고, 가상공간에서의 능력도 앞서고, 근래 들어 군사력을 정교하게 전개한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전쟁은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병력은 우크라이나의 수도이자, 침공 초기의 핵심 목표인 키이우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고, 인구가 집중된 다른 주요 도시들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옮기는 동안 남부의 주요 도시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넘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옮긴이) 러시아군은 제공권도 아직 장악하지 못했고, 군용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는 기초적인 병참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침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작전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를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초기 침공 전략이 문제 있는 전략적 가정 하에 이뤄졌다는 데 동의한다.

미국의 싱크탱크 CNA의 러시아 연구 디렉터인 마이클 코프먼은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너무 황당하고 무능력해 보였던 탓에 그들의 의도가 뭔지 파악하는 데 한참 걸렸다"라고 썼다. "러시아의 작전은 희한하고, 잘못된 정치적 가정 하에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병력이 받은 훈련이나 가진 능력과도 별 관련이 없다."

어떤 분석가들은 문제가 그보다 더 깊어서 러시아군이 단순히 나쁜 전략을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게 아니라 기초적인 전투 기능조차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더 나은 (전투) 계획에 따라 싸워도 수준 이하의 결과만 나올 뿐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On Tactics(전술론)'라는 책을 쓴 브렛 프리드먼은 "가장 쉬운 설명은 러시아군이 형편없다는 거죠! 원래 종이호랑이였는데 이제는 그 종이에 불이 붙은 겁니다"라고 했다.

프리드먼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가 여전히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규모가 너무나 크고 장비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상황이 곧 더 나빠질 거라고 경고했다. 월요일 브리핑에서 국방부의 한 고위 관료는 러시아가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을 포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위는 민간인들에게 음식과 같은 생필품을 끊는 잔인한 전술이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첫 며칠을 보면 우크라이나가 짧은 시간 안에 붕괴할 가능성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그리고 만약 러시아가 승리한다고 해도 그 대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 계획은 아주 허술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법. 따라서 전쟁 초기 며칠 동안의 러시아의 전략도 돌이켜보면 분명해 보인다. 키이우를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점령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권을 끌어내리고, 전쟁이 커지기 전에 끝낸다, 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정보부 FSB가 전쟁 이전에 수행한 연구를 입수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불만족하고 있고 국가의 방향에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 계획은 이런 평가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즉,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이고, 수도를 향한 빠른 진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키이우로 향하는 러시아의 병력

스웨덴 국방대학교의 전쟁학과 교수인 헨릭 폴슨은 "(러시아는) 키이우까지 48시간이면 진격할 수 있다는 큰 가정을 세웠고, 그들이 내린 많은 결정이 이를 중심으로 수립되었다"라고 했다. "(이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는데 편견과 가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서둘러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여기에는 이견이 존재하기 힘들다."

이번과 같은 분쟁에서 전통적인 군사 교리(military doctrine)는 "제병 연합부대(combined arms)"라고 하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제병 연합부대란, 군사력의 다양한 요소, 즉 탱크와 보병, 항공기 등을 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폴슨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체계적으로 "제병 연합부대를 사용하는 건 목격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대신, 정찰대와 공수부대 같은 개별 부대를 충분한 지원이나 병참 계획도 없이 마구잡이로 보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적 선택은 형식적인 저항을 예상할 때만 가능한데,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은 그렇지 않았다.

시리아에서 행해진 무차별 폭격은 여전히 러시아가 키이우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비슷한 예로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에–시리아에서 본 것처럼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대규모 폭격과 같은–파괴력이 훨씬 더 강한 무기와 전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지를 잘못 예측한 가정에 근거한 정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ISW의 러시아 분석가인 메이슨 클라크는 복스의 엘렌 이오아네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이번 전쟁을 계획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빨리 무너질지에 대해 심각한 계산착오를 했고, 솔직히 말해 잘못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집중된 미사일 사격이나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파괴할 수 있는 공습을 여전히 피하려고 했는데, 이는 이게 진정한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화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내러티브를 지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대응은 단순히 함락만 모면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크라이나의 지상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러시아군은 엉성하고 준비 안된 병력 전개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들의 방공망은 러시아의 초기 폭격을 버텨냈고, 아직도 작동하면서 러시아에게 제공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는 러시아군의 빠른 진격을 막는 결정적인 요소다. 그리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러시아의 지상군을 상대로 영리하게 활용했다. 바이락타르 드론은 2021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의 전쟁에서 그 효과를 증명한 무기 체계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군 차량들

그 결과, 러시아군의 초기 진격은 기대에 형편없이 미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프로파간다에서 승리하고 사기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제재를 끌어내는 시간을 벌었다.

군사분석가 패트릭 폭스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무기를 대량으로 재공급받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달아나거나 궤멸된 러시아군의 무기를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에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라고 했다.

러시아군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은 걸까?

러시아의 초기 공격은 실패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이길 거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적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러시아는 방법을 바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을 겨냥한 적절한 전략을 채택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폭격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포위하는 등의 잔혹한 전술을 사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징후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코프먼과 같은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가장 효과적인 병력을 아직 본격적으로 투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공군력과 포병력은 아직 간간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의 군사 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전투가 계속되면서 사용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침공 계획은 징집병을 비롯한 전투력이 약한 부대에 크게 의존했다. 군용 차량에 연료가 부족하게 되는 초보적인 실수도 이들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참모대학교(Naval War College) 나우니할 싱 교수는 "징집병들이 문제의 일부인 것 같다"라면서, "징집병들이 병참 업무를 담당했는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리드먼과 폭스 같은 사람들은 이런 문제들의 원인이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전개가 실패한 원인이 너무 깊은 곳에서 있고 종합적이어서 단순히 몇몇 병사들의 무능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실패는 이런 종류의 분쟁에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군 조직 전체(의 문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시리아와 크림반도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제한적인 미션은 러시아군의 진정한 능력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제야 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외교정책 연구소(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의 시니어 펠로우인 롭 리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러시아군은 전략부터 전술까지 여러 레벨에서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러시아군은 뛰어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고, 근래 들어 그 무기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해본 경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무기와 (운용)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조직(coordination), 준비태세, 리더십의 문제다."

궁극적으로 어느 쪽 분석이 맞는지–러시아의 침공 초기 실패가 잘못된 전략 때문인지, 아니면 군 조직 자체의 문제인지–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군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프리드먼은 "러시아군이 가진 단점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침공을 무자비한 힘(brute force)으로 성공시킬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왜 러시아가 실패했느냐는 질문은 중요하다. 그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전쟁이 푸틴에게 얼마나 고통을 줄지를 결정할 것이 때문이다. 전쟁이 하루하루 이어질수록 러시아는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더 많은 경제적 고통을 받고, 더 많은 국제적 압력을 받게 된다. 전쟁을 오래 끌면 국내에서 반대세력에 직면할 위험이 커진다. 그 반대는 대규모 반전시위일 수도, 러시아의 정치, 군사 엘리트층의 신뢰를 잃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러시아가 전략을 수정해서 가지고 있던 파괴력을 발휘할 경우 우크라이나군은 오래지 않아 패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군이 근본적인 문제를 가진 조직이고 중대한 실책이 전쟁 내내 계속된다면 이번 침공은 러시아에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