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홀이 넬라 라슨(Nella Larsen)의 1929년 작 '패싱'을 읽자마자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은 자라면서 어머니 마리아 유잉(Maria Ewing)이 흑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는 어머니의 인종을 항상 애매하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의 가족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두 친구는 피부색이 아주 밝은 흑인인데 한 친구는 흑인 남편, 다른 친구는 백인 남편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전자는 흑인 커뮤니티에, 후자는 백인 커뮤니티에 편입되어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이 소설과 영화의 시작이다.

레베카 홀 감독의 어머니 마리아 유잉의 공연 모습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세대나 관심사에 따라서는 레베카 홀이라는 배우/감독 보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 유잉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오페라계에서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리아 유잉은 유명한 영국의 연극 감독 피터 홀(Peter Hall)과 결혼했다. 영국의 타임지가 "지난 반세기 동안 영국의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불렀을 만큼 엄청난 사람이 레베카 홀의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