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이 상장 직후 중국의 앱스토어에서 사라진 일이 계속 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언론이 보도한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가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보안법과 사이버안전법에 따라 디디추싱에 대한 사이버 안전심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앱이 사라진 이유다. 물론 앱스토어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앱을 설치한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90%를 장악한 앱인 만큼 당장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를 비롯해 업계에서 궁금해하는 건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을 조사하는 진짜 이유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상장을 반대했는데 기업이 강행했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추측도 하고 있고, 얼마 전 알리바바의 독점 조사에서 본 것처럼 중국 정부가 대형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3억 7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가진 기업이 외국, 그것도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경계했다는 '안보이슈'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투명성과는 거리가 있는 중국 정부의 행동이라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중국 정부의 행보와 디디추싱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과정,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정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꿰어 맞춰보면 희미한 그림이 나타난다.

루이싱커피의 충격

이 일의 발단은 작년 12월에 통과된 외국기업문책법(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게 가장 정확한 번역이다.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 즉 외국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이다)이고, 이런 법이 도입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회계 조작 사건으로 악명 높았던 중국의 루이싱커피(Luckin Coffee)다. 한 때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루이싱커피는 2019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지만 상장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판매량을 대규모로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해 4월 나스닥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관리 당국은 왜 회계 조작을 몰랐을까? 중국 사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상 회계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발견 가능했어야 했다. (루이싱의 회계조작은 익명의 보고서가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밝혀졌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워싱턴에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중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단속하기 위해 외국기업문책법을 만든 것이다.

두 나라의 시각 차이

하지만 중국 쪽에서는 이 법을 중국기업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루이싱 커피가 일으킨 논란을 생각하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기네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더 철저한 감사를 받는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 법의 적용을 받게 된 디디추싱과 다른 두 중국기업의 뉴욕증시 상장 과정에서 중국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의 데이터를 빼앗는다"는 여론이 형성된 배경이다.

중국 테크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은 두 나라 정부와는 무관한 자본의 이동이다. 중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자본시장은 당연한 목적지다. 그리고 미국의 투자자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에 투자해서 재미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두 개의 욕망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것이 중국 테크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다.  

양국의 정치인들은 생각이 다르다. 중국 쪽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미국의 경우는 (루이싱 커피의 예에서 보듯)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대표적인 정치인이 2016년에 대선에 출마했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루비오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투명하지 않은 권력으로, 자국 기업들에 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리스크 요인이다. 그리고 이런 리스크는 미국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에 끼인 디디추싱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경영진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게 얼마나 난감한 상황인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로 돈이 많이 풀렸고, 주식시장은 뜨거워졌고, 기업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걸리는 주식상장을 피해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으로 서둘러 우회 상장을 하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디디추싱이 초고속("breakneck pace")으로 상장을 서두른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저런 일로 문제 삼을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루비오 상원의원이 경고한 것이 바로 그런 리스크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조사 가능성을 알고도 숨겼다가 나중에 드러날 경우, 그래서 주가가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디디추싱과 상장을 추진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디추싱의 IPO(주식상장) 공시자료인 F-1(미국 내 기업들은 S-1을, 외국 기업의 경우는 F-1을 사용하고, 후자의 경우 밝혀야 할 내용이 좀 더 많다)을 보면 디디추싱이 20여 군데에서 "중국 정부(PRC government)"의 조사가 들어올 경우, 법을 개정할 경우 등등을 밝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중국 정부는 이미 이와 관련해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국가보안법'과 '사이버안전법'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중국의 기업이 외국의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후기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데이터는 안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외국회사문책법에 따르면 당장 회계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고 3년의 유예를 두었지만, 그 안에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게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 상장한 2백여 개의 중국기업들은 상장 폐지가 될 위험에 있다. 결국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양국 정부의 미움을 받아 곤경에 처할 것을 알면서 상장을 추진했다고 보는 게 맞다.

중국의 문제 접근법: 회색지대

이 문제는 일차적으로 자본의 국경 밖 이동과 미-중 경제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이 싸움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끄는 중국 앱 틱톡을 문제삼은 트럼프 행정부였고, 트럼프는 중국을 손보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쟁점이 된 "자국민 데이터 해외 유출"이라는 문제 자체는 미국 내 여야를 막론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안이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틱톡을 강제로 빼앗아 미국 기업에게 주려는 듯 보이는 트럼프식 해결법에 반대했을 뿐이고, 이런 해결법은 당연히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 역시 지난해 4월에 통과시킨 사이버안전법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 기업들이 외국에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디디추싱 상장 후 일주일 만에 나온 중국 정부의 정책 메모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주식상장을 더 철저하게 관리,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영문은 구글 번역)

하지만 이 문제를 보는 틀을 조금 확대하면 두 나라가 빅테크 기업들을 다루는 방법이 보인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중국 정부는 훨씬 빠르게 이 문제를 공략하고 있다. 가령 중국의 금융정책의 후진성을 비판한 알리바바의 마윈이 괘씸죄에 걸려 조사를 받고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벌금을 내게 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가 내세운 직접적인 이유는 알리바바가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 즉 독점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당장 엊그제만 해도 중국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 디디추싱, 텐센트와 같은 테크기업들에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그 금액은 고작 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천 8백만 원이었다. 액수를 결정한 근거는 있겠지만 이 기업들에는 아무런 제재 효과가 없을 만큼 미미한 금액이다. 알리바바가 내야 할 3조 원에 비하면 단순한 경고 이상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의 기업들이 정부의 경고를 우습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들이 기업들을 길들일 때 사용했던 방법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듯, 중국 정부는 독점을 허용한 것도, 허용하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의 법적 회색지대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명목상의 법은 존재하지만 그걸 사용해서 단속하지 않으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법을 무시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부가 고삐를 당기기로 하면 그 법은 언제든지 사용 가능하다. 이 회색지대는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독재 정부에게 아주 유리한 환경이다.

중국 기업인 디디추싱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IPO 공시자료에는 "많은 수의 디디추싱 차량들이 무허가로 운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중국 정부가 단속을 하기로 할 경우 걸려서 벌금을 물게 되고, 더 심한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걸 피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인구집중을 막기 위해 전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주민이 아닌 사람은 디디추싱의 운전자가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불법으로 운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이 자료에 모두 밝히고 있다.

물론 미국도 독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이에 대한 해석이 반독점법 재판의 핵심이 된다. 무엇보다 빅테크라는 기업들이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독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그렇게 보면 중국도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이 법적 절차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정권 차원의 결정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디디추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테크기업에 고삐를 채우려는 두 정부의 사이에 놓인 셈이다. 그리고 디디추싱을 처지를 지켜보는 기업들은 양국 정부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알리바바나 디디추싱처럼 미국 증시에 요란하게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을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