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쿠오모가 맘다니의 이름을 틀리게 발음한 것이 쿠오모만의 잘못은 아니다. 조란 콰메 맘다니(Zohran Kwame Mamdani)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아주 낯선 이름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고, 기억하기 힘들어했다. 따라서 쿠오모가 실수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쿠오모가 맘다니의 이름을 반복해서 틀리게 발음하는 모습은, 좋게 봐야 선두 주자의 오만함처럼 보였고, 자칫하면 유권자들에게 그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이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맘다니는 쿠오모가 후보 토론회에 나와서도 자기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자 "쿠오모 씨, 제 이름은 맘-다-니입니다. M, A, M, D, A, N, I. 어떻게 발음하는지 배우세요"라고 말했고,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며 큰 인기를 끌었고, 결과적으로 쿠오모의 성의 없는 토론 준비는 맘다니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던 유권자들에게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게 되었다고 해서 지지자가 되는 건 아니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짧은 시간 안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미디어 사용이 있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Reels)에서 바이럴이 된 맘다니의 영상이다.

눈에 띄는 독특한 색과 폰트를 사용한 맘다니의 선거 홍보물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다음 글에서 좀 더 살펴본다.

뉴욕타임즈의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과 MSNBC의 크리스 헤인즈가 나눈 대화에는 맘다니가 틱톡과 릴스 같은 짧은 세로 영상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핵심은 새로운 미디어에서 사람들의 주의력(attention)을 끄는 방법이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세 가지 미디어

앤드루 쿠오모의 선거운동 전략은 미국에서 항상 사용해 온 방법이다.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부자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정치인이 받는 기부금이 자주 문제가 되지만 미국에서 정치인이 받는 기부금은 그 사용법이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후보들이 돈이 필요한 이유는 미국의 선거가 전통적으로 미디어 선거이기 때문이다.

뉴스가 빠르게 퍼지는 한국과 달리, 나라가 크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 계층을 가진 미국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 쉽지 않다. 자동차 회사들이 수십 년 된 모델명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브랜드 인식(brand recognition)이 느리고, 한 번 인식된 브랜드는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이름, 즉 브랜드를 짧은 시간 안에 알리는 방법은 미디어에 광고 시간(slot)을 사서 아예 '도배'를 해버리는 거다.

아래의 쿠오모 홍보 영상이 그런 좋은 예다. (중간에 어제 글에서 언급한 다리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홍보 영상은 사람들이 저녁에 TV 앞에 앉아서 좋아하는 뉴스나 시트콤 프로그램을 볼 때 쏟아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저녁 시간에 TV 앞에 앉지 않는다. 후보 홍보 영상을 내보내기 가장 좋은 때는 뉴스 시간대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뉴스를 TV에서 보는 사람들은 이제 노년층밖에 없다. 그들은 옛날 습관대로 TV 뉴스를 보는 게 편하지만, 중년층만 해도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투표를 할 수 있는 가장 젊은 연령대인 Z세대의 경우, 틱톡이 뉴스를 접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분류법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오운드(owned), 페이드(paid), 언드(earned) 미디어로 분류하는 것이다. 오운드 미디어는 자신의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자기가 가진 채널이니 별다른 비용 지불 없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보낼 수 있다. 비용은 거의 들지 않지만, 메시지를 보는 오디언스가 자기 채널을 팔로우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에 국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쉬운 해결책이 페이드 미디어다. 말 그대로 돈을 내면(paid) 훨씬 더 많은 오디언스에게 강제로 전달해 준다. 길거리의 광고판부터 TV 광고, 소셜미디어 광고들이 여기에 속한다. 쿠오모를 비롯해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정치인이 갑부가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그 결과 정치인들이 부자들의 지갑에 매달리게 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부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디어 마케팅을 구성하는 세 가지 미디어

위 두 가지 미디어의 단점을 극복할 방법이 언드 미디어다. 영어 표현에서 '언드'(earned)는 '(돈을) 벌었다'는 뜻도 있지만, 노력이나 재능을 지불하고 뭔가를 얻었다는 뜻이다. (가령, 아주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시험을 통과했을 때 사람들은 "She earned it," 즉 노력의 결과로 얻었다고 말한다.)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좋아요'나 '공유/리트윗'을 많이 받은 콘텐츠를 플랫폼의 알고리듬이 퍼뜨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더 널리 확산시킨다. 가령 100명이 봤는데, 그중 10명이 좋아요를 누른 트윗이라면 퍼뜨리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홍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위의 세 가지 미디어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은 언드 미디어임을 안다. 단순히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막강한 파급력과 호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언드 미디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부자들의 기부금을 받기 힘든 맘다니는 바로 이런 언드 미디어에 의존하는 선거 운동을 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이해하겠지만, 맘다니는 짧은 세로 영상이라는 장르를 완벽하게 이해, 소화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맘다니는 자기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받는 인종주의적인 편견과 공격을 소개하면서, 자기를 둘러싼 가짜 뉴스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설명한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설명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zohran_k_mamdani

When you’re the first Muslim elected official to run for mayor, people say some pretty wild things.

♬ original sound - Zohran Mamdani

맘다니는 자기에게 숨겨둔 아이가 두 명 있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무슬림 남성은 여러 명의 아내를 갖고 있고 자식이 많다"는 오래되고 진부한 인종주의적 편견에 기반한,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맘다니는 지난 2월에 결혼했다.) 맘다니는 사실이 아니라며, "제게는 자식이 없습니다. 제 부모님이 실망하시죠"라고 말한다. 이민자들을 비롯해 전통적인 문화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는 부담까지 살짝 넣어 가볍게 해명한 것이다.

그다음 해명은 더 재밌다. 맘다니 선거운동 본부에서는 첫 번째 대규모 집회 때 지지자들에게 반다나(bandana, 머리나 목을 감싸는 두건으로, 미국에서는 야외 활동을 하는 남성들에게도 인기 있다)를 나눠줬더니 어떤 전직 정치인이 "맘다니가 이슬람의 히잡을 나눠준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그분이 실수할 만도 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핫도그와 비둘기와 메트로 카드(지하철 패스) 아니겠습니까?"라고 농담을 하면서 반다나에 그려진 뉴욕의 상징물을 가리킨다.

그리고 승리가 가까웠으니 힘을 보태달라는 말을 하면서 영상을 끝내는데, 여기에도 유머를 넣는다. "선거운동 집회에 참석하시고 히잡, 아니 반다나를 받아 가세요!" (그가 영상에서 '히잡'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슬람 문명을 보여줄 때 꼭 등장하는 중동 지역의 음악이 코믹하게 흘러나온다.) 이런 농담은 자칫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맘다니는 틱톡에서 어떤 사람들이 자기 영상을 보고, 공유하는지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기대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게 그의 영상이 바이럴이 되는 이유다. (그의 다른 틱톡 영상들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쿠오모 캠페인의 영상들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게 보인다.)

@zohran_k_mamdani

Sorry, not sorry. Knicks in 7.

♬ original sound - Zohran Mamdani
NBA 뉴욕 닉스가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이긴 날 맘다니는 팬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올렸다. 선거와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맘다니는 유권자들과 같은 문화를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틱톡에서 인기 있는 인터뷰 포맷을 활용할 뿐 아니라, 정치인이 인터뷰어가 되는 건 맘다니가 사실상 처음 시도했다. 그만큼 틱톡 매체에 익숙한 거다.

그럼 다른 정치인들은 왜 맘다니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못할까? 시도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성공하지 못할 뿐이다. 바이럴이 되는 정치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바마는 2008년 선거 때 페이스북을 잘 사용했고, 트럼프는 트위터를 잘 사용해서 막대한 매체 홍보 비용을 지출한 힐러리 클린턴(2016년)과 카멀라 해리스(2024년)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틱톡은 완전히 다른 문법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에즈라 클라인과 크리스 헤인즈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정치를 지배해온 선거 방식은 두 당에서는 기부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후보를 고르고, 그 후보가 기부금을 끌어모은 후, 선거를 앞두고 매체 광고를 퍼부어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의 80~90%가 그렇게 진행된다. 앤드루 쿠오모는 이번 선거에서 이 플레이북을 완벽하게 따랐고, 뉴욕의 유권자들은 TV를 켤 때마다 쿠오모의 똑같은 광고를 계속 봐야 했다.

하지만 강제로 보여지는 광고, 즉 페이드(paid) 미디어는 주의력(attention, 관심)이 아니다. 유권자의 주의력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노력과 재능으로 얻어내는(earned) 것이다. 여기에 쿠오모의 패인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민주당은, 아니 모든 정당은 후보 선정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부자들의 기부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 후보가 아니라, 언드 미디어를 통해 유권자의 주의력, 관심을 얻어낼 수 있는 후보를 골라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2016년 트럼프가 그렇게 당선되었음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거나,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과거의 방법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상대가 조란 맘다니 같은 사람이 아니면 말이다.

조란 맘다니와 라마 두와지의 웨딩 포토

'뉴욕에서 일어난 일 ③'으로 이어집니다.